[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여성장관 30% 할당 공약을 제시했다. 이를 따라 문재인 정부의 여성장관 비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한다. 중앙행정조직 18부처 중 6개 부처가 여성장관이다. 문 정부 임기 내내 여성장관 30% 할당은 지킨 셈이다. 현재 내각의 여성장관 비율은 3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2015년 기준 29.3%) 보다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전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한 포럼에서 “드디어 여성정책을 발표하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 선언은 페미니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여성계와 영페미니스트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여성장관 비율 30% 이상은 문 대통령이 달성한 대표적인 공약이자 업적 중 한 가지로 꼽을 수 있겠다.
주요 여성장관 부처는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외교부·교육부·법무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다. 이 중 역대 최장수 장관만 해도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둘이 있다. 문 정부 집권 4년차에 접어든 시점에 이들 여성장관들이 이룬 성과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여성할당 30%를 채우기 위한 국무위원이 아니라, 능력과 실력과 역량이 뒷받침돼야할 것 아닌가.
문 정부 최장수 장관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어떤가. 김 장관의 부동산 정책은 문 대통령 정부가 잘못한 국정 수행 정책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이견이 없다. 정부는 그동안 무려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한국 갤럽이 지난 7월 둘째 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4%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0억 원을 넘겼다. 서울 아파트 값은 역대 정권 중 최고 상승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김 국토부 장관의 교체는 없다고 한다.
또 다른 최장수 여성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최근 뉴질랜드 주재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던 외교관 A씨의 성추행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2017년 말 뉴질랜드 공관에서 발생한 성 비위 사건이 외교 갈등으로까지 비화된 수준이다. 해당 외교관의 성 비위가 확인돼 1개월 감봉 징계 처분까지 받은 사건이다.
뉴질랜드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외교관 성추행 문제까지 거론하자, 강 장관은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뉴질랜드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공식 사과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강 장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이다. 입장을 바꿔 한국인이 뉴질랜드 외교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강 장관의 외교적 대처 방식이 매우 아쉽다. 문 대통령이나 한국 국민 보다 피해자에 먼저 사과를 표명해야 마땅하다. 성추행 사건으로 한국과 뉴질랜드 간에 외교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국격에 관한 일이 아닌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상기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올해 1월 2일 임명된 이후, 내내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이 불거졌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아들 문제를 묻는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을 향해 “소설 쓰시네” 라고 맞받아쳐 회의가 파행됐다. 또 윤석렬 검찰총장과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사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자리다. 무엇보다 법치주의 원칙을 준수해야하는 법무부 장관이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선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계의 수장임에도 늘 교육 전문성 부족을 지적받은바 있다. 더구나 코로나19에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정을 벌였다. 앞으로도 코로나19가 쉽사리 종식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습저하, 정신건강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수업과 교육 공백이 가져올 후과다. 또 중·고교생들의 사행성 온라인 불법도박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미 학생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청소년 도박에 대해 교육 당국은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에게 한 고교 교사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가지 않는 틈을 이용하여 청소년들이 온라인 불법도박에 더욱 깊이 빠지는 실정”이라 알렸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어떤가. 최근 여가부가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인 초등학생을 위한 ‘나다움 어린이책’의 내용이 문제가 돼 일부 학부모 단체들이 항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여가부는 ‘어린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성 평등도서를 보급한다. 지난해 134종, 올해 65종을 선정해 초등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이 중 7종의 ‘나다움 어린이책’이 학부모단체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된 성교 모습, 동성끼리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그린 내용이었다. 이 장관은 문제가 된 도서 보급을 중단하고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 정부 들어 부처로 승격됐다. 그만큼 정부에서 역점을 두는 부처이자, 제2 벤처붐을 일으켜 중소기업 투자 및 사업의 성과를 내려는 부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취임 후 적극적인 행보가 한 때 두드러졌으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그 빛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문 정부의 여성장관들의 현주소는 이러하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에도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장관 30% 할당은 꼭 지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여성의 고위직 기용은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자 투쟁의 목표이기도하다.
세계에서 최초로 의회에서 여성할당제를 실시한 나라는 1970년 노르웨이다. 수십 년 전 여성들의 정치, 사회분야 진출에는 제약이 많아 여성할당제가 불가피한 면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로 여성이 정치 분야에서 특별히 배려 받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여성이기 때문에 할당제라는 요새에서 보호받아야 하는지 여성계는 생각해 봐야한다.
국가 행정의 최고 기관인 내각의 장관은 전문성과 복잡한 현안의 조정 능력, 탁월한 식견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성별 평등에 의미를 둔 여성할당제 고수보다 올바른 의사결정과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는 장관이 국민에게는 필요하다. SW
murphy803@hanmail.net
August 30, 2020 at 06:0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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